때는 늦여름인거로 기억남

 

토요일 늦은 오후에, 아니 밤이었나
쉬엄쉬엄 학교로 책가지러 슬리퍼 질질 끌면서 가는 중이었듬

 

엠피쌈 귀에 꼽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음악에 쉼취했는데

 

뭔가 요상한 게 느껴져서 옆을 봣더니
고양이가 까마귀랑 싸우고 있듬

고양이는 끼야아아옹 하고 까마귀는 깎각 하면서 서로서로 쩜프하고 쪼고 깨물고 아주 난리가 나씀

 

난 이어폰을 뽑고 슬그머니 다가가서 보고있다가
에이 하고 이럴시간이 아니당 공부하러 가야지 하고 발걸음을 돌림

 

그런데 이어폰을 뽑았더니 아까 안들리는게 들림

 

끼익 끼익 끼익 끼익

스프링인지 뭔지가 움직이는 소리

규칙적으로 들리다가 잠시 안들렸다가
이번엔 부딪히는 부분이 달라졌는지
긁히는 소리도 나고

 

여름밤에 그러니 졸 무서운 거임

 

근데 무서운거에 호기심이 또 발동하잔앙

 

난 서서히 다가갔엉

소리나는 쪽으로

 

소리가 크게 들리는 건 아니고
신경쓴다면 들리고 아니면 안들리는 정도였는데

끼익 끼익 하다가
이번엔 먼가 딱딱한데 툭. 툭. 하는 소리도 났어

오우, 무서운데
근데 나도 모르게 그곳을 향해 가는 거임

 

우리집 근처는 주택이랑 빌라있는데라
어두컴컴해지면 노란 가로등 켜지는 그런 곳임

 

암튼 좀 다가가니 불이 꺼진 한 주택가 앞에서
소리가 나는거 같은 거야

 

차에서 나는 소린가?
바람이 부나? 하고
나는 조심스레 한바퀴를 돌아보기 시작했어

소리는 여전히 툭. 툭. 나는거아

 

그 불꺼진 집 도시가스 관 옆까지 왔는데
창문밑에 있었거든

 

근데 왠 말소리가 나는거야

말은 말인거 같은데

뭔가 알아들을 수 업는
요쌍한 신음소리 가튼거

글고 다시 끼익 끼익 끼익 끼익 소리가 나고
부스럭 소리도 나고

 

나는 이때 돌아가야 했는데
가지 못해 그날 공부를 못행써

 

암튼 졸라 무서운데
난 되도안한 용기를 내서

도시가스 관이랑 벽이랑 막 붙잡고 슬슬 올라가기 시작했어

 

도시가스 배관이랑
벽돌 벽이랑 옆집 담이랑
붙잡고 올라가면서

 

그 짧은 시간에 오만 생각이 다 나는 거양

귀신이 있는거 아닌가

귀신이라면 내가 올때까지 기다리고 있던거 아닌가
어떠케 하지 막 성경 읽어야 하나
아니면 싸이코패스인가
그람 도망가야 하나
아니면 암것도 아닌가

 

하면서 창문까지 올라온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머리를 창 안으로

 

나는 몹시 흥분해서 그렇게 눈동자만 굴리며 굳어버렸어

머가 있었냐고?

 

... 역사를 만들고 있는 남녀..

 

끼익 끼익 소리는 침대 매트리스 소리고

툭.툭. 소리는 침대 머리에 나무부분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였엉

 

암튼 난 그날 공부 못했음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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