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2013.03.22 08:45

도깨비 조회 수:2063

어제 일이야. 

학교가는 273버스에 올라탔는데 갑자기 배가 사르르 아픈거야.

아마도 전날 밤에 먹었던 곱창이 원인이였겠지..

학교까지 가는데 걸리는 버스 속 10분이 참 길더라.

후우... 신이문역 지나니까 슬슬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는데....후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지갑을 채 주머니에 넣지도 않고 손에 쥔채 달렸어.

아 씨.. 정문 바로 옆 농구장 화장실에 휴지가 없더라..

씨X 씨X 을 외치며 도서관으로 향했어.

코딱지만한 학교는 오늘따라 왤케 넓니.


도서관 입구에서 학생증 바코드 찍히는 시간은 왜 또 이리 오래 걸리니..


후우..

그래도 Safe! 

안도! 쾌감! 허무! 

만감이 교차함을 느끼며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

한 두시간쯤 지났으려나. 목도 마르고. 달달한게 먹고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런데..

시밤. 지갑이 없어. 

가방에도 없고. 주머니에도 없고. 책상에도 없고. 내 기억속에도 없고.

곰곰이 두시간전 상황을 플레이백...

지갑을 주머니에 넣을틈도 없이 급박했던 나는.

도서관 화장실에 도착하자 마자 손에 있던 

지갑을 변기 위 소지품 선반위에 올려놨었어.

그게 나와 지갑의 마지막...

다시 식은 땀이 나는데... 배아픔을 참을 때 나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더라.

아 개망 똥망 씹망...

설마. 하면서 화장실로 향했지만 역시나 없ㅋ어ㅋ

지갑에 신분증. 카드. 현금2만원. 들어있었는데.

진짜 전부 하나도 안아깝고. 오로지 지갑 하나만 아깝더라...


기분이 가라앉아버려서 공부할 기운도 안나고....

그냥 집에가서 잠이나 쳐자다가, 세상이 멸망해버렸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에 가방을 싸서 내려왔어.

후우.. 그렇게 도서관 입구를 나서는데 

'설마...'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거야. 

그래서 도서관 수위아저씨한테 가서 여쭤봤어.

'저.. 아저씨. 혹시 지갑 들어온거 있나요?'

속으로 외쳤지.

'아 제발. 제발...'

그런데 아저씨께서 '거 학생 이름이 뭐요?' 하고 물어보시네?

'오 신이시여.. 제발...' 을 외치며 '도깨비입니다.' 하고 대답.

그런데 짜라잔!

지갑이 있었음.. 이것도 충분히 대박인데.

지갑안에 2만원이 그대로 있음.

이건.... 양박에 흔들고 쓰리고... 

어떤 천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복 받으실겁니다..

여성분일 가능성은 없으니까... 굳이 공고를 내어 찾지는 않으려고...

먼발치서 행복을 빌어드릴게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