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

인간관계는 본디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으며 사소한 일까지도 서로를 믿고 맡기게 되지요.

아시다시피, 신뢰라는 것은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한번 신뢰에 금이 가면 회복하기에는 더 힘든 점도 있습니다.

친구나 옛 연인에게서 신뢰가 손상된 경우도 여러번 겪어 보았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는 저 하나만 피해를 보면 되는 경우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활전선에서 싸우고 일을 위해 살다보니, 업무상에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나 납기, 단가와 같은 민감한 부분들은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회사나 바이어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니까요.

물론 업무상 일련의 과정들은 서로간의 신뢰 이전에, 계약과 문서화라는 훌륭한 방법이 있지만 굵직굵직한 일이 아니라면 약식으로 하거나 구두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고 제 성격 자체도 그다지 꼼꼼한 편은 아니니까요.

한때 저는 제가 겪는 모든 일들을 기록으로 남길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신사의 품격에 나오던 김도진처럼요. 물론 김도진은 주기적으로 기억을 잃는 희귀한 병 때문에 선택한 방법이지만, 우리가 흔히 하는 사진을 찍거나 일기를 쓰거나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생활을 기록하려고 애쓰는 것은 성숙해지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는 그러한 기록의 일환으로 Automatic Call Recoder 라는 앱을 사용합니다. 모든 일상을 기록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통화기록만은 남길 수가 있으니까요.

훗날 구글글래스와 같은 훌륭한 기록도구가 상용화되겠지만, 통화녹음은 상대방을 존중하며 저를 기록할수 있는 배려가 아닐까요? 물론 저의 과거도 부끄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도 부끄러워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상대를 더욱 존중해주고 신뢰를 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깨보다는 어제가,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성숙해지길 바라며 오늘을 기록하는 저에게, 여러분들이 해주시는 값진 충고나 쓰디쓴 말들은, 멀지 않은 훗날 훌륭한 고소감이 되어 저의 용돈벌이가 되길 바랍니다.

이순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