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하던 날

2013.03.22 08:49

도깨비 조회 수:2491

싸이월드 일기장 뒤지다 나옴.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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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빨리 일어나. 나 군대가야돼!'

 

침대에 누워계신 아버지를 깨우던 내 첫마디.

솔직히 무슨말을 해야할지 잘 몰랐다.

아무튼. 내가 제일 태연해야 할 것 같았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버렸다.

침대에서 뭉갤려고 했는데..뭉갤수록 갑갑하더라.

방문을 스윽 열었는데. 부엌에서 어머니는 아침 준비중.

 

날 보시자 마자.'왜 벌써 일어나...'

'잠이 안와서..^^' 라고 말할수가 없었다.

'어제 일찍잤더니 일찍 떠지네.' 대충 둘러댔다.

그리고나서 '아빠는?' 했더니

'아직 주무시네...' 하신다.

 

바로 들어가서 흔들어 깨웠다.

'아 빨리 일어나. 나 군대가야돼!'

 

아버지.. 눈을 스윽 뜨시더니 나를 보신다.

'뭘 보시남?' 하는 표정을 지었더니 '피식' 하신다.

 

아침을 챙겨먹고 현관을 나서는데

어머니가 눈을 훔치신다.

아버지가 한마디 하신다.

나도 거들었다.

 

어머니. 다시 싱긋 웃으신다.

 

차를 타고 훈련소로 향했다.

차안에서 계속 나불댔다.

그냥 그래야 될것 같았다.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덧 논산에 도착했다.

점심때가 되서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뭘 시켰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전골이였던가....

숟가락 들고 밥을 먹는데, 어머니가 옆에서 계속

'잘 안넘어가도 꼭꼭 씹어먹어. 체할라.'

'...밥맛없으면 억지로 먹지말아라.'

 

잘 먹고 있었는데..

 

식당을 나와서 훈련소 안으로 들어갔다.

차에서 내리는데 어머니가 또 눈을 훔치신다.

아버지가 다시 한마디 하신다.

나도 또 거들었다.

 

어머니 '아휴..' 하신다.

 

입소식이 치뤄질 연병장앞에 섰다.

어머니.

참다 참다 결국 터지셨다.

엉엉 우신다.

'아들 죽으러 가남? 금방 갔다 올꺼야. 방청소나 잘해놔'

하고 안아드렸다.

 

품에서 엉엉 우신다.

목구멍이 먹먹해지더라.

 

그때. 뒤에서 보시던 아버지가

'이 사람이 정말....'

하고 손수건 꺼내서 눈을 훔치신다.

 

...어머니 우는거야 반쯤 예상했기에 꾹꾹 눌러 참을 수 있었는데..

평소에 퉁명스럽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아버지께서

우시는 모습을 보니까

 

하...이거 참.

 

울컥울컥 하더라.

곰순이 사건때(게시판8번글 참조)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이 갑자기 생각나더라.

그 와중에도

'나도 울면 집에서 계속 그 생각만 하실텐데...'

하는 애늙은이 같은 생각에 억지로 억지로 간신히 눌러참았다.

 

그냥 등을 돌려버렸다.

 

단상위에 올라있던 군인이 방송을 했다.

'입소하는 장병여러분은

힘차게 연병장으로 달려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방송 나오자 마자.

뒤에서 어머니가 어깨에 손을 올리신다.

 

다시 한번 안아드리고 싶었는데 돌아서면 울음을 못참을것 같아서

돌아선채로 어깨위의 손을 꽉 쥐어드렸다.

 

(100일휴가때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그때 손을 꽉 잡았던 게..

내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서 더 우셨단다.)

 

그리고 뛰어나갔다.

연병장에 정렬해서 바라보니까...잘 안보이더라.

눈이 뿌옇게 되버려서.

 

그래도 눈에 손이 가면 아버지어머니가 보실거 같아서

그냥 바라만 보았다.

 

연병장에 서서 가만히 바라보니

 

'난 참 사랑받고 컸다'라는  들더라.

 

뭐....비록 지금은 드라마랑 야구에 치이는 찬밥신세로 변했지만....

 

이때 생각하면 아직도 훈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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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몇년전이냐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