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2011.07.09 00:29

當_當 조회 수:215

한참을 졸다 깨어났다. 얼마나 잤는지 시간이 가늠이 되질 않았다.
옆에 있는 박이병을 쿡쿡 찔렀다.

" 야, 몇 시야? "


" 하..한시 삼십분입니다 "


" 그럼 우리 근무시간 20분이나 초과한 거잖아? "

" 예 그..그렇스..습니다. "

" 씨앙! 근데 왜 아직도 근무자 안 올라와? 엉? 행정반에 전화를 넣어서 올라오게 했어야 할 거 아니야? "

나는 어리버리한 말더듬이 박이병을 답답해하며 TA-312전화기의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 때 박이병이 내게 말했다.

"이병장님, 다..다음 근무자 올라옵니다."

저녁부터 내린 눈은 우리가 근무를 나올 때쯤 멈추었고 강한 추위가 닥쳐서 근무자들은 모두 방한복과 방한화 마스크와 귀마개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근무시간이 초과되어 1초라도 더 못 자게 되는 것이 짜증이 나는 상황이라 수하고 뭐고 그냥 빨리 내려가서 환복하고 잠을 자고 싶었다.

더구나 포대왕고였던 나는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었기 때문에, 다음 근무자들에게 인수인계고 뭐고 해줄 생각도 없이 그냥 휘적휘적 초소를 내려갔다.

다음 근무자들도 늦은 것이 미안했는지 내게 별 말 없이 초소로 들어갔다.

막사에서 초소로 올라오는 계단은 타이어로 만들어져 있었고 중간에 한번 커브가 있기 때문에 근무자의 모습은 갑자기 나타나게 되어있었다.

우리가 타이어로 되어 있는 계단의 커브를 지나 거의 막사에 다 와 갈 때 쯤 이었다.
갑자기 박이병이 흠칫 걸음을 멈추었다.

"이...이인섭 벼..병장님..."


"아 뭐?"

"바..발자국이..."

뒤돌아 우리가 내려온 발자국을 보았다. 올라가는 발자국은 없고 내려오는 발자국만 찍혀있었다.

"이상하네? 근무자 올라왔잖아? 야 박이병 아까 걔들 누구였냐?"
"자..잘 모르겠습니다. 이...이인섭병장님이 너..너무 빨리 내려가 버리셔서..."

순간 소름이 오싹 끼쳤다. 우리와 근무교대 한 사람들은 누구란 말인가?

너무나 무서웠지만 초소에 누가 있는지 확인해야했다.

내가 앞서 걸으며 초소 계단을 올라갔다. 박이병에게는 후방을 주시하면서 걸어오도록 시켰다. 커브를 조심스럽게 돌았는데 후방을 주시하면서 걷느라 걸음이 늦어졌는지 박이병이 뒤따라오는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나는 목소리를 낮춰 박이병에게 말했다.

"아우 이 어리버리 새끼 빨리빨리 안 와?"

헐레벌떡 뒤쫓아 온 박이병은 내 질책에 고개를 푹 숙였다. 안 그래도 굼뜬 박이병이 방한복에 귀마개에 마스크에 꽁꽁 싸매고 있으니 더욱 둔해 보였다.

그렇게 가까이 다가선, 초소 안에는 사람의 기척이라고는 없어보였고 우리가 초소를 나선 그 때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기분이 정말 이상해진 나는 문득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놀랍게도 시간은 근무교대시간 10분전인 한시 정각이었다. 나는 뒤에 서 있는 박이병에게 다시 물었다.

"야 니 시계 다시 확인해봐"
"이상합니다. 아까는 분명.."
"아유 씨앙 너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냐?"
"죄송합니다."

나는 몹시 화가 났다.
박이병과 내가 모두 잠에 취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자, 멍청한 박이병을 더 이상 참아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박이병에게 화를 내려던 순간, 그대로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왜 그러십니까? 이인섭병장님?"

나는 박이병 쪽을 돌아볼 수가 없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2017년 십덕 정모 개최 [12] 그분 2017.09.12 14509
공지 회원님들의 떨어진 십부심을 향상시켜 드리고자 문서 하나 공개합니다. [15] 그분 2013.07.06 309925
202768 좆발집으로 결정했다. 존슨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 [3] 그분 2011.07.09 180
202767 스크 개통이력조회 어디읶냥? [1] 설벅 2011.07.09 709
202766 노또샀다 [6] 뿌앙 2011.07.09 127
202765 펜팔친구가 답은 빨리빨리 주는데 [3] tetetetetetetete 2011.07.09 276
202764 당당 [5] 218 2011.07.09 125
202763 으무통화량 채우는중이당 [3] 설벅 2011.07.09 268
202762 이해하면 무서운 만화? [4] 當_當 2011.07.09 5091
202761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9] 當_當 2011.07.09 383
202760 야 진짜 모쿼발열 쩌는구나? [4] 설벅 2011.07.09 123
202759 근데 루팅, 언루팅 [6] 잡초 2011.07.09 208
202758 파전사진좀 구하고싶은데 [2] tetetetetetetete 2011.07.09 142
»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7] 當_當 2011.07.09 215
202756 생각해보니 휴가가 얼마 안남았군! [1] 몽지 2011.07.09 90
202755 당당은 이해하면 무션 이야기 시리즈좀 올려줘봐라 몽지 2011.07.09 222
202754 시간이 참 빨리간다... 몽지 2011.07.09 70
202753 이중씰 받으면 어떻케 해야대냥 ??? [4] 설벅 2011.07.09 115
202752 이중씰 처음 받아봄 [7] 설벅 2011.07.09 376
202751 무서운글 또 써봐라 [1] 김 마이클 존슨 2011.07.09 130
202750 여기가 무슨 니들 놀이턴줄아냐? [5] file 박BJ 2011.07.08 277
202749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9] 當_當 2011.07.08 315